[탈중앙 거래소(DEX)] 2편 커브(Curve), ft. DeFi and the Future of Finance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DeFi 이야기 (2-6) 심화학습편
본 심화학습편을 읽기 전에 아래 글들을 먼저 읽기를 권해 드립니다.
디파이? 당신도 금융 크리에이터! 1편: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DeFi 이야기 (1-1) 기초학습편
디파이? 당신도 금융 크리에이터! 2편: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DeFi 이야기 (1-2) 기초학습편
디파이? 당신도 금융 크리에이터! 3편: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DeFi 이야기 (1-3) 기초학습편
[탈중앙 거래소(DEX)] 1편 유니스왑(Uniswap):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DeFi 이야기(2-5) 심화학습편
선수들이나 쓰는 커브 파이낸스까지 공부해야 합니까?
솔직히 커브 파이낸스는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니다.
커브가 가장 잘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끼리 교환이다.
1달러 짜리 스테이블코인 교환에 관심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커브는 사실 스테이블코인 업자나 디파이 프로토콜에게 더 중요한 서비스다.
그러나 일반인도 커브 파이낸스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개념은 이해해야 한다.
테라 뱅크런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코인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테라생태계가 붕괴된 것은 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라도 금융상품의 위험은 본인이 분명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
위 기사에서 테라 붕괴의 원인을 분석한다.
기사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테라 뱅크런 사태의 시작: 커브 파이낸스에서 대규모 자금 인출
위 내용이 이해되나?
구체적으로는 커브에서 1억5000억 달러 상당의 UST를 뺏다가, 같은 날 오후에 다시 8,500만 UST를 커브에 넣었다는데 이게 뱅크런과 무슨 상관인가?
위 내용은 커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살면서 커브 파이낸스를 직접 사용할 필요가 1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커브 프로토콜이 현재 예치자산(TVL) 1위다.
이유는 잘 몰라도 전문투자자나 고래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고 그만큼 중요하다.
디파이 생태계는 여러 프로토콜이 레고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기저기 얽혀 있는 1등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 없이 디파이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 테라 앵커의 20% 가까운 고금리만 믿고 투자한 사람들의 결말은 잘 알 것이다.
왜 피곤하게 커브 파이낸스까지 알아야 하는 지 이제 조금 납득이 되나?
이제 본격적으로 커브 파이낸스를 알아보자.
2. 커브(Curve): 스테이블코인 교환의 장인
커브 파이낸스는 쉽게 말하자면 스테이블코인 전용 유니스왑이다.
가격 움직임이 유사한 토큰끼리 교환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혹시 유니스왑을 모른다면 귀찮더라도 탈중앙 거래소 1편을 참고하자.
커브가 사용하는 메카니즘의 이름 또한 스테이블스왑(StableSwap)이다.
유니스왑의 x × y = k라는 토큰교환공식(CPMM, Constant Product Market Maker)에
x + y = k(CSMM, Constant Sum Market Maker)를 결합한 것이 스테이블 스왑이다.
수식이 들어간다고 겁먹지 말자.
유니스왑 편에서 소개했던 ‘x × y = k’는 두 토큰을 교환할 때 한 토큰의 수량이 감소하면 그 토큰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공식이라는 것만 기억하자(아래 왼쪽 차트).
이번에 새롭게 소개하는 ’x + y = k’는 두 토큰 남은 수량 상관없이 두 토큰 가격은 고정되어 있어서 늘 1:1로 교환 가능한 공식이라는 것만 우선 알아도 된다(아래 오른쪽 차트).
x + y = k, 평상시에는 곱셈이 아닌 덧셈의 세상
다행히 새롭게 소개되는 CSMM의 메카니즘은 덧셈 구조다.
그래서 유니스왑의 곱셈공식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k는 고정이니 교환할 때 x가 줄어드는 만큼 y가 늘어나면 된다.
한미디로 두 토큰을 교환할 때 같은 수량만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커브에서 DAI를 USDC로 교환하려는 사용자가 있다고 하자.
DAI 10개 받기 위해서는 USDC 10개 주면 된다.
위 거래로 인해 커브의 DAI잔고는 10개 줄어들고, USDC잔고는 10개 증가한다.
그러나 그 뒤에 또 거래가 일어나도 DAI를 주는 만큼 USDC를 받으면 된다.
즉, 토큰 교환비율(가격)이 교환수량과 무관하게 고정(constant price)되어 있다.
교환비율이 고정되니 토큰교환(거래)을 할 때 보통 슬리피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x × y = k, 전시에는 덧셈 대신 곱셈이 등장
CSMM의 토큰 교환방식도 약점은 있다.
토큰 교환가격(비율)이 고정되니 한쪽 토큰의 물량이 소진이 될 수 있다.
재고가 소진되면 당연히 토큰 교환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니스왑의 토큰 교환 메카니즘인 CPMM의 장점도 결합한다.
토큰수량 재고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토큰 교환방식이 CPMM에 가깝게 바뀐다.
CPMM 방식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상품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CSMM으로 슬리피지를, CPMM으로 수량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스테이블스왑이다.
슬리피지 엔드게임: 타노스의 무기, 크로스에셋 스왑(cross-asset swap)
CSMM 만으로도 슬리피지라는 디파이 거래의 암적 존재를 반쯤 죽였다.
2021년 1월에는 슬리피지를 멸종시킬 위력의 ‘크로스에셋 스왑’까지 출시한다.
이 상품으로 인해 대규모 코인 거래도 거의 슬리피지 없이 가능하다.
이 것이 가능한 비결은 신세틱스(Synthetix) 프로토콜 때문이다.
커브는 크로스에셋 스왑을 할 때 신세틱스 프로토콜을 활용(브릿지)한다.
신세틱스는 전통금융시장에 비유하면 일종의 장외파생상품 거래소 역할이다.
합성자산 거래를 통해 슬리피지를 없애는데, 이는 파생상품 편에서 분석 예정이다.
신세틱스는 디파이 공부 난이도 끝판왕 정도로 이해하고 일단 넘어가자.
일단 크로스에셋 스왑을 간단한 예시를 통해 이해해 보자.
[예시] 크로스에셋 스왑으로 ETH를 DAI로 교환하기
ETH를 DAI로 교환할 때 유니스왑에서 한다고 가정해 보자.
ETH-DAI를 짝으로 공급한 유동성공급자들이 많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ETH-DAI 공급 물량은 스테이블코인 짝을 공급하는 물량보다 보통 적다.
유동성 공급자 입장에서 비영구적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량으로 ETH를 DAI로 교환하면 슬리피지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크로스에셋 스왑을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크로스에셋 스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해서 살펴보자.
1) ‘커브’에서 ETH을 신세틱스의 합성(synth)자산인 sETH로 교환한다.
참고로 sETH는 ETH와 똑같이 움직이는 파생상품 정도로 일단 이해하고 넘어가자.
커브는 유사하게 움직이는 자산교환에 특화된 프로토콜이다.
그러므로 ETH와 sETH를 교환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다.
2) ’신세틱스’를 활용해 sETH를 스테이블코인 합성자산인 sUSD로 교환한다.
신세틱스 생태계에서는 슬리피지 없이 합성자산끼리 대규모로 교환이 가능하다.
3) ‘커브’에서 sUSD를 스테이블코인 DAI로 교환한다.
스테이블코인 교환은 커브의 강점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다.
커브는 슬리피지 문제를 해결한 것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그 것보다 더 핫한 것은 커브의 거버넌스 토큰인 CRV다.
심지어 CRV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전쟁까지 벌어진다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CRV 토큰, 후 아 유?
CRV는 프로토콜을 운영하는 커브다오(CurveDAO)의 거버넌스 토큰이다.
주식에 비유하자면 커브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큰이라 생각해도 된다.
CRV는 커브 풀(Curve pools)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보상으로 받는다.
커브 전쟁을 이해하려면 커브 파이낸스의 인센티브 모델을 알아야 한다.
유동성을 공급할 때 커브 파이낸스의 구조
1. 커브 파이낸스 유동성을 공급하면 LP(유동성공급자) 토큰을 받는다.
2. LP 토큰을 유동성 제공량을 측정하는 게이지(gauge)에 예치하면 CRV를 받는다.
3. CRV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투표권을 가진 veCRV(Vote-Escrowed CRV)를 받는다.
(예치 기간을 4년 내에서 선택하면 기간이 길수록 보상받는 veCRV 수량이 증가한다.
다만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다시 회수할 수 없고, 거래할 수도 없다.)
veCRV 토큰을 가지고 있으면 생기는 권한
1. 거버넌스 투표를 할 수 있다.
2. 커브 파이낸스 거래 수수료의 50%를 3CRV 토큰(3Pool LP 토큰) 형태로 받는다.
3. 각각의 유동성 풀에 대한 게이지 비중(gauge weight) 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를 많이 받은 유동성 풀의 보상은 커진다.
CRV 쟁탈전, 대표선수들 입장
더 많은 CRV 토큰을 확보하여 오랜기간 스테이킹할수록 veCRV를 많이 받는다.
또한 veCRV를 자신의 풀(gauge weight)에 더 많이 투표할수록 CRV를 더 많이 수령한다.
많이 모을수록 혜택이 커지는데, 개인 차원에서 CRV 토큰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디파이 프로토콜 차원에서 더 많은 CRV 토큰을 모으려는 경쟁이 시작된다.
1. 연파이낸스(yEaen Finance)는 사용자가 연파이낸스에 CRV를 영구적으로 인도하면 yveCRV를 주고 커브에 예치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준다.
또한 yveCRV토큰은 veCRV토큰과 달리 거래도 가능해 돈이 묶이지 않는다.
2. 스테이크다오(StakeDAO)는 연파이낸스와 유사한 경쟁 프로토콜이다.
3. 컨백스 파이낸스(Convex Finance)도 앞의 두 개의 프로토콜과 유사하다.
다만, 컨벡스 파이낸스의 거버넌스 토큰인 CVX도 덤으로 더 준다.
CVX를 컨벡스 파이낸스에 스테이킹하면 컨벡스 수수료의 일부까지 가져갈 수 있다.
그 외에도 아래와 같이 CRV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선수들의 쟁탈전이 진행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The Great Cuve War: 커브 전쟁, 그 경과와 전망’이라는 글을 참고하자.
커브의 스테이블 코인 인큐베이터: 메타풀(MetaPools)
일반적인 유동성 풀에서는 토큰끼리 교환할 수 있다,
커브에서는 이를 기본적인 유동성풀이라는 의미로 베이스 풀이라고 한다.
메타풀은 토큰과 베이스 풀을 묶어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커브의 대표 베이스 풀인 3Pool은 DAI와 USDC, USDT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풀이다.
여기서 특정토큰과 베이스 풀에 포함된 3개 토큰을 교환할 수 있는 풀은 메타풀이 된다.
메타풀은 주로 유동성이 부족한 스테이블코인의 연착륙을 돕는데 쓰인다.
신생 스테이블코인 거래시 슬리피지를 최소화하고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이 기능을 통해 초기부터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MIM, UST, GUSD와 같은 스테이블코인들이 메타풀을 활용한다.
유니스왑, 한판 붙자! 21년 6월 커브 v2 출시
2021년 6월 동적 고정(dynamic peg) 메카니즘을 포함한 v2 업데이트가 출시된다.
동적 고정 기법은 스테이블코인 교환에 필요한 기능이 아니다.
이미 커브는 CFMM이라는 훌륭한 메카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목표는 스테이블하지 않은 토큰 교환시장이다.
유니스왑의 영역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선빵은 유니스왑이 먼저 날렸다.
21년 5월 유니스왑은 v3 출시로 스테이블코인 교환 시장 점유율을 드라마틱하게 올렸다.
다음달 커브는 스테이블하지 않는 토큰에 최적화된 알고리즘 출시로 반격한 셈이다.
커브의 비밀병기: 공급가격 자동조절 메카니즘
커브의 새로운 메카니즘은 유니스왑에 없는 공급가격 자동조절 기능을 더했다.
유동성 공급자가 가격 범위를 정하고 바꾸느라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가격을 토대로 예상 이득이 손실보다 큰 경우에만 자동으로 기준가격이 조절된다.
백서상으로는 유니스왑보다 5배에서 10배 많은 유동성 공급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유동성 공급 효율성이 좋아지니 보상 수수료도 커진다.
스테이블코인 교환에 대표 유동성풀이 3Pool이라면,
스테이블하지 않은 토큰 교환에 대표 유동성풀은 tricrypto2다.
tricrypto2 풀에 포함된 토큰은 USDT와 wBTC, WETH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짝지었다.
이 정도 공부했으면 이제 커브 화면을 이해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중간점검 삼아 아래의 커브 풀 화면의 용어 뜻을 확인해 보자.
‘V2’: 자동 집중화된 유동성 공급 메카니즘이 적용된 유동성 풀이다.
스테이블하지 않은 토큰이 포함된 유동성 풀인 것을 알 수 있다.
’FACTORY’: 커브DAO가 아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유동성 풀이다.
원래 커브에서 유동성 풀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제안을 통과해야 한다.
거버넌스 통과 없이 자유롭게 만든 유동성 풀에는 ‘factory’라는 표식이 붙는다.
아무래도 거버넌스를 통과한 유동성 풀보다는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Base vAPY’: 해당 풀에 유동성을 제공하면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수수료수익률이다.
오늘의 거래량을 바탕으로 일년동안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간수익률이다.
매일 거래량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이름도 Variable APY(vAPY)다.
‘Rewards tAPR’: 유동성을 제공하면 해당 풀의 LP토큰이 부여된다.
이 LP토큰을 게이지에 스테이킹하면 일정 비율의 CRV 토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가격과 보상수량 기준으로 토큰 보상수익률을 나타낸 값이다.
지금까지 커브 파이낸스의 강점과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현재 1등 디파이라는 후광효과도 있으니 좋은 점이 먼저 눈에 띈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상황은 1위에 안주할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선수들 말고 일반 대중들이 환호할 수 있는 무언가는 부족
커브의 예치자산(TVL)은 높다.
그러나 거래량이 낮고, 거래수수료가 0.04%로 낮다.
그래서 유동성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기본 연간수익률(APY)은 낮은 편이다.
최종사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효용은 그리 크지 않아 대중성에 한계가 있다.
스테이블스왑 시장에서 유니스왑 v3와의 한판승부? 녹록지 않다
유니스왑은 v3 출시로 유동성 집중이 가능해 스테이블스왑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겼다.
여기에 작년 11월 1bp 풀 출시를 확정하고 DAI-USDC 1bp 풀까지 도입한다.
보통 30bp의 수수료를 받는 유니스왑이 스테이블스왑의 경우 1bp만 받는 것이다.
이후 1인치(1inch) 프로토콜의 DAI-USDC 거래량의 왕좌를 유니스왑이 가져간다.
1인치는 가장 저렴한 수수료를 찾아 DEX비교서비스를 해주는 곳 중에 가장 큰 곳이다.
유니스왑의 계속된 1bp 풀 출시가 커브 파이낸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Platypus Finance(PTP)와 Solidly(SOLID)와 같은 커브 파이낸스와 유사한 P2P(Protocol-to-Protocol) 프로젝트도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자로 등장한다.
커브 파이낸스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처음 화두였던 테라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이제 처음 소개한 테라 기사를 제대로 이해해 보자
테라폼랩스는 이날 오후 9시44분경 그동안 테라 블록체인의 유동성을 유지해주던 디파이 서비스 커브(Curve)에서 UST 약 1억5000만개(약 1억5000만달러)를 빼냈다. 권도형 대표는 이를 두고 “커브에서 1억5000만달러 상당의 UST를 뺀 것은 더욱 안정적인 UST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9시57분경 지갑 A는 약 8500만 UST를 커브에 넣고 또 다른 스테이블 코인 USDC로 교환했다. 테라폼랩스가 일시적으로 커브에서 UST의 유동성을 제거한 지 불과 13분 만에 지갑 A가 대규모 UST 거래를 일으킨 것이다. 지갑 A는 UST를 교환해 얻은 USDC를 북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로 보냈다. 이 거래를 전후해 대량의 UST가 세계 여러 거래소로 입금되며 디페깅이 가속화됐고, 결국 뱅크런이 일어났다.(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사 중 발췌)
기사 두 문단 이해를 위해 다들 많이 고생했다.
이제 기사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커브 파이낸스의 구조에 대해서 모른다면 위 내용은 전혀 이해가 안된다.
기사 내용 그대로만 보면 1억 5000만개를 출금하고 다시 8,500만개를 입금한 것이다.
한번에 6,500만개만 출금하면 되는데 왜 입출금을 반복해서 삽질하나 정도로만 보인다.
그런데 기사 아래 부분에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진실은? 유동성 제거해서 1달러 이상 상승 Vs. 1달러 이하여서 유동성을 제거
5월7일 테라폼랩스가 커브에서 1억5000만달러 상당의 UST를 제거하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UST가 1달러 이상으로 일시적으로 디페깅됐다. 하지만 지갑 A가 단시간에 8500만개의 UST를 커브에 넣자, UST는 1달러로 복귀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사 중 발췌)
UST 1억5000만달러를 유동성 풀에서 제거했을 때, 1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1달러 이하여서 1억5000만 달러의 UST를 유동성 풀에서 제거한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전자이면 A지갑은 공격자(또는 차익거래자) 지갑이다.
후자이면 A지갑은 방어자 지갑이다.
왜냐하면 UST가 1달러 이하여서 유동성 풀에서 제거한 것이면 기사에서 권도형 대표가 “커브에서 1억5000만달러 상당의 UST를 뺀 것은 더욱 안정적인 UST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것이 말이 된다.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유동성 풀에 공급한 UST를 오히려 출금한다?
UST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출금이 아니라 입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커브 공부를 하기 전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유동성 제거가 오히려 유동성 공급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이유
그러나 우리는 커브 파이낸스를 공부했다.
커브 파이낸스의 토큰 가격결정 메카니즘을 알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해 UST를 팔아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하자.
유동성 풀에서 UST 수량은 쌓이고 다른 스테이블코인 수량이 줄어든다.
커브의 스테이블스왑 메카니즘 상 어느시점에 가면 UST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있다.
즉, UST의 1달러 고정(pegging)이 깨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UST 매수가 증가해 다른 토큰 수량만큼 줄어들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그 것이 쉽지 않으니 유동성 풀에서 인위적으로 UST만 출금하는 방법을 쓴다.
출금해서라도 다른 코인과 수량만 비슷하게 맞추면 당장은 교환비율은 정상이 된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코인데스크 기사만 믿고 분석하기 힘든 이유
그러나 테라 쪽에서는 기사에서 말한 공격자 지갑이 테라 소유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한 명예훼손에 대해 25만달러의 합의금이 없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천명한다.
여러 가지 증거를 같이 제시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테라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권도형 대표는 자기 지갑에서 한 행동도 아닌데 왜 그 행동에 대해 해명했나?
이 것은 권도형 대표가 다른 거래와 착각했거나, 기자가 잘못 해석한 것으로 이해하자.
그리고 코인데스크 기사 상으로는 위 거래를 전후해 뱅크런이 촉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래 차트를 보면 테라 뱅크런은 7일이 아니라 9일 전후로 발생한다.
결국 이 지갑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입출금을 반복해 9일 급락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7일날 있었던 출금과 입금 거래로 인해 UST가격이 급락한 것은 아니다.
몇개의 오류를 보니 기사 내용만 전적으로 믿고 글을 쓰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테라의 지갑도 아니면 공격자 A지갑이 노린 것은?
A지갑이 유동성 풀에서 UST로 1억5000만 달러를 인출하고,
유동성 풀에서 UST 재고가 부족해 UST 가격이 1달러 이상으로 상승했고,
높은 가격의 UST를 팔아 USDC를 사서 차익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차익거래의 핵심은 커브의 스테이블스왑 메카니즘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메카니즘 상 유동성 풀에 토큰 쏠림이 심하지 않으면 토큰끼리 거의 1:1로 바꾸어 준다.
그러다가 토큰 쏠림이 심해지면 가격이 급변하는 점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공격자 A지갑은 유동성 풀에서 UST만 토큰 가격이 오를 정도의 큰 규모로 인출하고,
가격이 오른 후에 가격을 크게 변동시키지 않을 만큼만 파는 전략을 구사했다.
물론 팔고 남은 UST가 있긴 하지만 결국 1달러에 고정(페깅)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위험지표로서 커브 파이낸스의 유동성 풀의 중요성
이미 UST의 붕괴는 지나간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커브가 주는 경고신호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커브는 현재 예치자산 1등이자,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핵심 디파이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징후가 보일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면
1.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풀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2. 유동성 풀에서 대량의 거래가 발생하면서 풀 내의 토큰 쏠림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위험 신호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커브 파이낸스의 스테이블스왑 메카니즘 특성상,
평시는 스테이블코인끼리 거의 1:1의 교환을 해주는 CSMM의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그러나 토큰 쏠림이 심하면 수량이 증가한 토큰 가격이 급락하는 CPMM이 작동한다.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의 1달러 고정 구조가 박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
금융은 결국 시장이 망가질 때 생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좋은 시절이 올때 과실을 가져갈 수 있게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디파이 유동성의 핵심인 커브 파이낸스는 꼭 이해하자.
마지막으로 예전 에이브 프로토콜 분석 때 인용했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한 대 쳐 맞기 전까진.”
https://twitter.com/Delphi_Digital/status/1552292760719425538 가스비 적은 L2에서는 커브v2가 유니스왑v3보다 더 활약할 수 있다는 내용.
한 분이 질문 하셨다가 삭제하셨네요^^.
제가 삭제하기 전에 질문 내용 중 기억나는 부분에 대해서만 답드리면, 커브 거래 수수료의 반은 veCRV 투자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LP가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