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의 재미없는 내용을 길고 진지하게 쓰니 많은 분들이 좌절하신 듯 합니다.
반성하고 3편은 짧고 가볍게 쓰겠습니다.
같은 사람이 쓴 글 맞나 싶을 정도로.
6. 인센티브(INCENTIVES)
인센티브 파트는 교과서 적인 내용이라 지루해도 미리 양해 부탁한다.
절대 무공을 배우기 위해 우선 장작 패고 물 길어나른다는 생각으로 보시길.
생소한 DeFi 용어가 무슨 뜻인지 정도라도 알고 가자.
모든 금융활동은 인센티브가 중요하지만, DeFi는 특히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탈중앙화된 금융 생태계에 속한 사용자들의 활동이 DeFi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잘한 행동에 상주는 것도 인센티브(positive)지만,
잘못된 행동에 벌을 주는 것도 인센티브(negative)다.
1) 스테이킹 보상(Staking Rewards)
DeFi 계좌에 토큰을 보관(custodied)한 대가로 받는 긍정적 인센티브다.
DeFi의 경우 은행처럼 스테이킹(예치)한 토큰을 담보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낮은 이자율의 DeFi 계약은 보통 은행에 저축해 이자 받는 개념이라 생각해도 된다.
물론 1,000% 넘는 연간이자율을 주는 DeFi 계약도 있지만 공짜점심은 없다.
이자 받은 것보다 담보로 맡겨둔 내 토큰 가격 손실이 더 클 수 있으니 유의하자.
왜 그런지는 나중에 자세히.
2) 스테이킹 패널티(Staking Penalties or Slashing)
잘못된 행동을 한 사용자가 스테이킹한 토큰을 압수해서 벌을 주는 부정적 인센티브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사용자가 담보부족이 발생하거나,
계약의 헛점을 노려 부당한 이익을 가져간 것이 발각되면 패널티를 받는다.
3) 직접적인 보상과 키퍼(Direct Rewards and Keepers)
DeFi 이용자들에게 받는 수수료 같은 것들은 직접적인 보상으로 주어진다.
토큰을 예치하는 대가로 받는 보상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적인 보상이다.
키퍼는 DeFi 계약 특성상 필요한 EOA(외부소유 계정)다.
DeFi와 같은 계약(CA)은 스스로 실행될 수 없다.
외부(EOA)의 요청이 있어야 계약 실행이 실행되는데,
키퍼(EOA)가 담보부족 고객(EOA)를 감지하면 DeFi(CA)에게 반대매매 요청을 한다.
가치의 인터넷,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인센티브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들다.
키퍼도 고정된 수수료를 받거나 성과 수수료를 받고 활동한다.
골키퍼는 골을 막아 골대를 사수하듯이,
키퍼는 무질서한 담보 청산을 막아 건정한 DeFi 생태계를 사수한다.

7. 스왑(SWAP)
스왑은 쉽게 말해 두 토큰을 바꾸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것도 스왑이고,
이더리움으로 리플로 바꾸는 것도 스왑이다.
DeFi 세상의 스왑은 거래소의 중개도 필요 없고(atomic)
금융기관의 수탁서비스(non-custodial)도 필요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 스왑을 할 수 있는 DeFi는 DEX(decentralized exchange)다.
DEX 시스템은 두 가지가 있다.
1) 주문서 매칭(Order-Book Matching)
하나는 주식 거래소 시스템과 같은 주문 매칭 접근방식이다.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제시한 후 가격 맞으면 거래된다.
익숙한 이 방법을 쓰기가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주문 낼때마다, 체결될 때마다, 가격 수정할 때마다 돈(가스비)을 지불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문서 매칭으로는 답이 안나온다.
[Q&A] 업비트는 주문 내거나 가격 수정할 때 돈 안내던데?
업비트 같은 중앙화된 거래소 내의 거래는 가스비 나가는 온체인 거래가 아니다.
거래소가 장부 상으로만 거래를 기록한 후 출금할 때 한번에 정산한다.
주문서 매칭은 가스비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앙화된 거래소(CEX)에서나 가능하다.
2) 자동 시장 조성자(Automated Market Makers, AMM)
자동 시장 조성자(이하 AMM으로 표기)가 답이다.
우리는 답을 찾았다. 늘 그랬듯이. AMM은 혁신이다.
AMM은 서로 교환되는 두 토큰 물량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알고리즘으로 결정된 가격으로 언제든지 두 토큰을 거래하게 해주는
자동화된 계약(smart contract)이다.
먼저, 언제든지 교환하고 싶은 토큰을 정해진 가격으로 교환할 수 있으니
거래 할 때마다 한번만 가스비를 내면 되니 주문서 매칭이 가진 문제점은 해결된다.
다만 합리적 의문이 든다.
거래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가격이 맞아야 되는데,
1) 거래 상대방은 누구길래 언제든지 거래 가능한가?
2) 알고리즘으로 결정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이 지속가능한가?
이게 가능하니 혁신이다.
1) 거래소를 이용하는 트레이더(trader)의 거래 상대방은 다른 트레이더가 아니다.
AMM 계약을 바탕으로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풀(pool)이다.
유동성 풀에 토큰이 있는 이상 언제든지 수수료를 지불하고 두 토큰을 교환할 수 있다.
그래서 AMM은 거래소(stock exchange)가 아닌 환전소(currency exchange)에 가깝다.
주식거래소처럼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를 보며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환전소처럼 결정된 환율(가격 비율)에 의해 보유한 통화로 환전해 주기 때문이다.
유동성 풀에 토큰을 공급하는 사람들을 유동성 공급자(LP)라고 한다.
유동성 공급자는 토큰(유동성)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 받는다.
누구나 계약만 하면 유동성 공급자가 될 수 있으며, 두 토큰을 짝(페어)으로 공급한다.
짝으로 공급하는 이유는 별도로 설명하겠다.

2) 고정된 비율로 두 토큰을 교환해 주면 거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각각의 실질적인 수요(가치)와 상관없이 고정된 비율로 교환해 준다면,
모두가 가치가 낮은 토큰을 주고 가치가 높은 토큰으로 교환할 것이다.
결국 거래소가 보유한 가치가 높은 토큰 물량은 바닥나면 더이상 거래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혁신적인 공식이 있고, 이것이 AMM의 핵심이다.
물리학에 F = m * a라는 공식이 있고,
수학에 a² + b² = c²라는 공식이 있다면,
DeFi에 x * y = k라는 공식이 있다.
x*y=k는 대표적인 DEX인 유니스왑(Uniswap)이 AMM 알고리즘에 사용하는 공식이다.
교환하는 두 토큰의 수량이 각각 x와 y이고, k는 고정된 상수다.
k가 고정되어 있어 x토큰 공급이 늘어나면 y토큰 공급이 줄어들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고정된 비율로 두 토큰을 교환해 주면 인기있는 토큰 물량이 금방 소진되지만,
이 공식으로 결정된 교환비율로 두 토큰을 교환해 주면
수요(매수)가 커서 토큰 물량이 줄어들수록 점점더 작은 수량만 교환해 주면 된다.
물량 소진 걱정도 적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아름다운 구조다!

AMM의 또 다른 장점은 머니 레고라고 불리는 결합성(composable liquidity)이다.
레고로 조립하듯이 다른 거래소의 여러 계약들을 결합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 글에서 x * y = k라는 내용만 소화해도 성공이다.
AMM의 단점은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다.
유동성 공급자들이 두 토큰을 짝지어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두 토큰 가격비율이 변동하면 비영구적 손실이 발생한다.
비영구적 손실이란 말은 일시적인 손실이란 의미인데, 사실 일시적이지 않다.
정확하는 두 토큰의 가격 비율이 결국에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손실은 일시적란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두 토큰 가격이 계속 벌어지면 손실은 영구적이다.
토큰 가격비율이 중간에 상승하다가 하락했건, 횡보했건 상관없다.
오직 유동성 공급 계약을 청산할 때 최종 가격비율이 중요하며,
두 토큰 가격 비율이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면 손실은 없다.
그러나 가격 비율이 변하면 비영구적 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유동성 공급자는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수수료 수익이
가격 비율 변동으로 인한 비영구적 손실보다 커야 이득이다.

[Q&A] 왜 두 토큰의 가격비율이 변하면 유동성 공급자는 손해를 볼까?
A라는 토큰과 B라는 토큰 두 개를 유동성 풀에 제공한 유동성공급자가 있다고 하자.
두 토큰의 가격 모두 1ETH이고, 수량도 똑같이 20개씩 공급했다면,
유동성공급자는 총 40ETH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C라는 트레이더가 A 토큰 10개를 주고 B 토큰 10개를 받는 거래를 했다고 하자.
그 거래가 성사되면 유동성공급자는 A토큰은 30개, B토큰은 10개가 된다.
이 때 x * y = k 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A 토큰 가격은 유동성 풀의 수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하락하고,
B 토큰 가격은 유동성 풀의 수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상승한다.트레이더의 반대편 입장인 유동성공급자는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
언제나 두 토큰 중 가격이 하락한 토큰은 더 많이 보유해야 하고,
가격이 상승한 토큰은 더 적게 보유해야만 하는 구조다.
그래서 두 토큰의 가격 비율이 변하면 유동성 공급자는 늘 손해다.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원래 두 토큰의 가격비율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두개를 짝지어 공급하는 유동성 공급자가 많다.
8. 담보대출(COLLATERALIZED LOANS)
DeFi도 전통금융처럼 대출 생태계의 건전성이 중요하다.
DeFi에서도 담보를 잡고 대출할 수 있다.
담보가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흥미로운데,
자세한 내용은 개별 DeFi 분석에서 다루겠다.
9. 플래쉬론(FLASH LOANS)
플래쉬론은 빌리자 말자 돈을 사용하고 난 후 바로 상환하는 대출이다.
이 과정이 거래 한번으로 계약에 의해 눈 깜짝할 사이에(flash) 진행된다.
전통금융에 없는 DeFi 세상에서만 존재하는 대출이다.
보통 거래소간 코인(토큰) 가격 차이로 차익거래 기회가 있을 때 플래쉬론을 활용한다.
차익거래를 위해 돈을 빌리고 거래 성공한 후 바로 이자까지 포함해 상환한다.
차익거래 기회가 실패해 대출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전통금융의 경우 돈 빌려 투자했는데 손해보면 돈을 갚을 수 없으니 일이 심각해 진다.
그러나 플래쉬론은 손해보는 상황이면 대출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전통금융에서는 돈을 빌리고, 투자하고, 돈을 갚는 행동 모두 각각의 거래다.
투자해서 손해를 볼 것 같다고 이미 받은 대출을 취소할 수 없다.
그러나 플래시 론에서 돈을 빌리고, 투자하고, 돈을 갚는 행동은 하나의 거래다.
투자해서 손해봐서 바로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면 플래쉬론 거래 자체가 취소된다.
플래쉬론은 거래상대방이 돈은 갚지 않을(counterparty) 위험도 없고,
대출하자 말자 갚기 때문에 금리 변동으로 인한(duration) 위험도 없다.
그러나 계약의 헛점을 노린 공격(smart contract risk)이 있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시리즈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당초 미니시리즈로 기획했으나 지금 대하소설각이다.
그러나 피상적인 이해가 아닌,
진심으로 와닿을 수 있게 이해시키고 간다는 집필 기준을 타협하지는 않겠다.
금융은 어설프게 이해하면 재앙이 된다.
함께 제대로 공부해 건전한 DeFi 생태계를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더북 형태의 DEX가 현재 이더리움 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수수료가 저렴한 L1이나 L2 플랫폼에서는 가능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고 하면 정말 CEX들은 긴장 좀 해야할듯...